이 내용은"여기가 금산이다"의 내용을 수록한 것입니다.
고씨와 고지새 전설
금산 어느 고을에 이서방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의 집안은 대대로 내려오는 상인이었다. 이서방은 늦장가를 들었는데 한 달이 채 못되어 큰 밑천을 잡기 위해서 부인 고씨와 아쉬운 작별을 해야했다. 이서방은 중국에 인삼이 귀함을 노리고 인삼을 팔기 위해 장사를 떠났다.
며칠 후에 그는 의주 땅에 당도하여 박호상이란 물산 객주를 하는 사람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말과 인삼을 그에게 맡겼다. 그런데 박호상은 인삼을 보자 욕심이 일어 이서방을 죽이고 이서방의 말과 시체를 압록강에 매장해 버린 후 인삼을 차지했다. 야밤에 일을 저지른 터라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는 채 시간이 흘렀다.
한편 이서방의 처 고씨는 기약한 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비몽사몽간에 아득한 벌판에 말 탄 남편이 나타났는데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고 말 등에도 유혈이 낭자했다.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으나 고씨는 더욱 더 심신이 산란하였다. 그런데 그 날 아침엔 고지새 한 마리가 고씨의 머리를 맴돌며 떠나질 않는 것이었다. 이상히 여긴 고씨는 남편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고씨가 여장을 챙겨 떠난지 근 열흘이나 헤매다보니 여비가 떨어졌다. 할 수 없이 거지행각으로 의주까지 당도하였으나 남편의 소식은 그 생사조차 알 수 없이 종적이 묘연하였다. 어느 날 고씨는 우연히 어느 여인숙에 들어갔다가 마굿간에 걸려 있는 말채찍을 보았는데 그것은 틀림없는 남편의 것이었으므로 몰래 들고 나왔다. 그씨는 며칠동안 그 집을 배회하며 탐문하여 남편이 몇 달 전 머무른 사실을 알아냈다. 고씨는 피묻은 말 채찍을 증거로 의주부 부윤에게 고소를 했으나 행색이 남루한 그녀를 보고 흐지부지 지나쳐 버렸다.
호소할 곳을 잃은 고씨는 압록강 연변을 돌며 머리를 산발한 채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이러한 고씨를 보고 동네 아낙네들은 영문을 몰라 불쌍히 여기던 중, 이레가 지나자 고씨의 지극한 정성에 천지신명이 감동하였는지 하루는 별안간 강물이 터져 나오며 파도가 일어 성난 노도같이 출렁대더니 물줄기가 뒤집히고 그 속에서 고씨의 남편 이서방의 시체와 말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고씨는 시체와 말을 그대로 둔 채 의주부에 고소했으나 미친 여자의 헛소리라고 묵살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때 어디선지 날아온 고지새 한 마리가 고씨의 머리에 앉아 구슬프게 울어댔다. 관졸들이 새를 쫓으려 하였으나 새는 더욱 부인에게 파고 들 뿐이었다. 이상히 여긴 부윤은 사실을 규명하라고 하여 포졸들이 조사를 해 마침내 박호상을 잡아다 족치니 그 사실을 바고 실토했다. 그래서 박호상은 처형되고 고씨는 남편의 원수를 갚게 되었다. 고씨는 의주에 머무르면서 하루를 꼬박 남편의 시체를 안고 몸부림쳤으나 모두가 허사였다. 고씨가 몸부림칠 때에도 고지새는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그녀를 지켜보며 울고 있었다.
고씨는 말에 남편의 시체를 태우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양지바른 곳에 남편의 묘를 쓰고 곁에 오두막집을 짓고는 그녀가 눈을 감을 때까지 남편의 산소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하는데 의주까지 따갔던 고지새도 그녀가 죽을 때는 몹시도 하늘을 나르며 울부짖었다 한다.
지금 금산군 군북면 이리재를 넘을 땐 많은 고지새가 울고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이리재를 넘을 때 고지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그날은 재수가 좋은 날이고 고지새 소리를 못들으면 그날은 운이 끼지 않는다 하여 장터에 가다간 그냥 돌아오고 한다고 한다.
남편의 원수를 갚는데 돈독한 도움을 준 고지새를 군북사람들은 군북새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