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야기는 "여기가 금산이다"에서 발취한 내용입니다.
강참봉굴 전설
추부면 성당리에 들려 금동이란 마을에 가면 마을 동쪽으로 굴이 있는데 이 굴을 강참봉 굴이라고 부른다. 몇 해 전만 하여도 강참봉굴 가까이 가면 싸늘한 냉기가 솟아 나온다 하여 마을사람들은 굴 가까이 얼씬도 하지 않았다는 굴인데 이 굴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벼슬길에 오를 기회를 잃어버린 강참봉이란 사람이 책 보따리를 한 짐 짊어지고는 서대산을 찾아와서 굴 가까이에 거처를 정하고 글을 읽었다. 그는 벼슬길에 오르는 공부를 처음엔 열심히 하다가 세상 돌아가는 것이 아니꼽게 생각되어 다른 방향으로 글공부를 했다. 즉 성인군자가 되는 길잡이인 책은 팽개치고 세상을 풍류하는 글공부를 하였으며 풍수에 따른 축지법과 심령연구에 더욱 열을 가했다. 그럭저럭 몇 년이 흐른 후 친구들은 모두 벼슬길에 올라 하다 못해 현감 군수벼슬까지는 올라서 세상을 이봐라 하고 보기좋게 살고 있을 때 그는 마치 도사처럼 세상을 풍미하는 도학자가 되어서 그것만을 만족하고 살고 있었다.
먹을 것이 없으면 하얀 노인으로 변해서 깊은 밤 농가에 나타나 남의 광을 열고 곡식도 훔쳐 날랐으며, 기합술을 이용하여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변해서 장터에 나가서 물건을 한 자루씩 훔치기도 하였으며, 아낙네들이 목욕하는 강가에 나가서 아낙네들을 바라보고 희죽희죽 웃다가 아낙네들이 귀신 나왔다고 소리치며 도망가면 더욱 큰 소리로 희롱하는 등 세상에 태어나서 나쁜 짓만 골라서 하며 즐거워하였다. 그는 요술에 능통하여 때로는 불여우로 변신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도사로 변신하여 아이를 못가진 아낙네들을 겁탈하여 아이를 갖게 하고는 그것을 만족하는 듯 행세하기도 하였다.
그는 술을 좋아해서 불공을 드리는 아낙네들 가까이 가서는
"술 한 병에 모든 것이 성취되리라."
하고 위엄 있는 말로 유혹하고는 돈을 많이 갖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면 돈을 훔쳐다가 그 집 마당에 뿌리고서 다음 기회엔 그 아낙네를 자기의 소유물처럼 애무하기도 하였다. 옳게 깨우쳐야 할 글공부를 잘못 깨우쳐서 온갖 못된 짓만 골라서 했다. 그런 날이 며칠이고 몇 년이고 계속되었다. 그래서 그는 세상에 부러운 것 없이 살고 있는데 하루는 그의 눈앞에서 이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날 따라 술이 마시고 싶어서 그는 요술을 부려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변해서 아랫마을 주막에 나타났었다. 주막에는 많은 길손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모두가 술맛이 좋다고 빈 술병을 번쩍 들고는
"여기 술이오."
하고 외치고 있었다. 얼굴이 반반한 주모도 땀을 찔찔 흘리며 술상과 술을 나르기에 바빴다. 주막 술독 가까이까지 도착한 그는 술을 한 사발 마실 기회를 엿보고 있었으나 사람의 눈이 많아서 술독에서 술을 퍼서 마실 수가 없었다. 그는 몇 번이고 술독 뚜껑에 손을 대봤으나 사람들의 눈총 때문에 뚜껑을 열지 못하고 마침내는 술독 옆에 흐르는 술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입맛을 보고는 그대로 물러서며 날이 어두워지면 실컷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돌아왔다. 굴속에 돌아와서 얼마 되지 않아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무슨 생각을 하였던지 요술을 부려 이무기로 변장하고는 어슬렁어슬렁 굴속에서 나오기 시작하였으며 노상 혓바닥으로 입술을 적시며 주막 가까이 왔다. 주막을 가득히 메웠던 길손들은 모두가 곤드레가 되어서 잠들어 있었다. 그는 생각하기를
"옳지 이 기회에 술이나 가득 마시자."
하고는 술독 가까이 가서 술독 뚜껑을 열기 위해 입을 대봤다. 그러나 그가 생각한대로 술독 뚜껑은 주모가 손을 얹고 졸고 있어서 뚜껑을 열 수가 없었다. 그는 그래도 이 기회야말로 술을 듬뿍 마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주모의 손을 살살 밀어내서 뚜껑 아래로 내려뜨리고는 술독 뚜껑을 열고는 입을 넣은 채 술을 벌떡벌떡 마시려고 탄복하고 있을 때 별안간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주모가 벌떡 일어나서는
"이 도적놈아, 술 도둑이야."
하고 외치는 바람에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다. 주모는 더욱 소리를 질렀으나 그는 코를 찌르는 달콤한 술 냄새에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으르렁대며 주모에게 대들려고 하는데 주모가 더욱 소리지르며
"네가 강참봉이지. 도적놈아. 날도둑이야."
하고 소리를 더욱 지르며 바가지로 술을 퍼서 그에게 던지는 바람에 모든 사람이 깨어났으며 그에게 덤벼들므로 하는 수 없이 그는 그 주막을 도망쳐서 굴속으로 돌아왔다. 그는 굴속으로 돌아와서 요술을 부려서 다시 사람이 되고자 노력을 하였으나 뜻대로 사람으로 변하지 못하고 그때부터 이무기가 되어 굴속에서 살게 되었다 한다.
글공부는 수신제가가 되기 위한 길이라 했다. 글을 잘못 읽고 나쁜 짓을 많이 하였으므로 일생동안을 이무기가 되어 세상구경을 하지도 못하고 살고있는 이무기굴을 강참봉굴이라 하는데 강참봉이 이무기로 변해서 사는 굴이라 그렇게 부른다 한다.